['프랜차이즈 공화국'의 두 얼굴③]현찰은 본사 몫… 점주 '등골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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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다. ‘어쩌다 사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창업 대박’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매년 100만명이 창업하고 90만명이 폐업한다.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30%. 외식업은 17% 수준이다. 절반 이상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장밋빛 청사진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음에도 또 생겨나는 프랜차이즈. 이유는 무엇일까. 프랜차이즈 공화국의 민낯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 40대 김모씨는 커피 프랜차이즈 열풍이 불던 5년 전 서울 양천구에 커피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었다. 그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초창기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면서 “이후 대표가 횡령·배임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됐고, 주변에 커피숍 매장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장사가 안됐다. 아예 로열티를 주지 않는 개인 브랜드 카페로 갈아타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서울 강서구에서 15년 넘게 자신의 이름을 내 건 빵집을 운영하던 조모씨는 10년 전 빵집 프랜차이즈로 가게를 전환했다. 해당 브랜드 영업사원이 찾아와 “좋은 조건에 브랜드 전환을 해 주겠다”, “브랜드 전환이 안 되면 바로 옆 건물에 동일 브랜드 빵집을 내겠다”는 회유성 멘트에 넘어가서다. 조씨는 “오래 장사를 하다보니 단골도 꽤 있었고 마음 편히 장사하던 때가 좋았다”면서 “프랜차이즈로 전환하고 오히려 인테리어 리모델링 비용, 로열티 비용 등을 내고나니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다.” ‘창업 열풍’을 통해 ‘어쩌다 사장’ 대열에 합류한 이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은다. 본래 프랜차이즈는 예비 창업자가 검증된 사업 아이템을 활용해 사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상생의 의미. 하지만 국내에선 ▲갑질 문제 ▲오너리스크 ▲가맹점의 지속가능성과 먼 본사의 수익구조 ▲일시적 유행 아이템 창업 유도 ▲물품 강매 ▲인테리어 강제 등으로 가맹점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오너리스크에 강매… 점주들 등치기
몇달 전 어김없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도덕성 문제가 떠올랐다. 초밥뷔페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쿠우쿠우가 식자재를 납품하던 A업체와 가맹점주에 갑질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난 것. A업체는 90%가 쿠우쿠우 납품이었는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매출의 3%를 운영지원비 명목으로 본사에 상납하는 한편 창립기념일 같은 본사 행사에 찬조금까지 냈다고 전했다.
가맹점주들도 피해를 호소했다. 상권을 애써 만들어 놓으면 압력을 행사해 가맹점 문을 닫게 한 뒤 근처에 오너 자녀가 운영하는 매장을 열었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쿠우쿠우 불매운동’이 일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갔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다는 게 쿠우쿠우 가맹점 관계자의 전언이다. 심각하게 폐점을 고민한다는 점포도 있었다.
‘떴다방 프랜차이즈’에 우는 점주들은 어떤가. 50대 B씨는 5년 전 억대 대출을 받아 서울에 치즈등갈비 가맹점을 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후 대박의 꿈은 쪽박이 됐다. TV와 본사 홍보물에서 본 ‘성공신화’는 현실과 괴리감이 컸다. B씨는 “당시 유행 아이템이라는 점과 본사 광고 내용만 믿고 더 꼼꼼히 따지지 않은 게 후회된다”며 “이후에 본사는 사라지고 다른 메뉴 창업을 유도하고 있더라. 프랜차이즈 사업이란게 소비자 돈을 먹는 게 아니라 가맹주 등골 빼먹는 사업이라는 걸 그땐 몰랐다”고 털어놨다.
실제 ‘머니S’ 취재 결과 기획 프랜차이즈로 의심되는 본사들의 거품이 심각했다. 본사 5곳에 전화를 걸어 창업 상담을 요청했더니 어떤 곳은 노골적으로 ‘치고 빠지기 식 창업’을 종용하기도 했다. 한 본사는 “지금 본사에서 밀고 있는 돈가스 브랜드는 2년 만 영업하고 이후에는 우리 회사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닭갈비, 피자 브랜드로 재오픈 하면 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강요 문제도 점주들을 울리고 있었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가맹점주 C씨는 매장을 운영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매장 일부가 손상됐고 일부에 대해서만 인테리어 보수공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본사의 강요에 따라 매장 인테리어 전체 보수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몇배를 뛰어넘는 공사 대금을 부담해 본사와 분쟁을 겪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D씨는 그럭저럭 매장을 꾸려가던 중 본사로부터 “인테리어를 다시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행하지 않았더니 계약이 해지됐다. D씨는 “분하지만 어디 하소연할 때가 없었다”면서 “그 인테리어 비용은 몇년을 더 일해야 뽑겠냐. 접은 게 더 잘된일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법무그룹 유한의 고은희 변호사는 “가맹사업법은 본부가 점주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지시한 경우 공사비를 최대 40%까지 분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본부는 예외조항(점주의 자발적인 공사, 위생상 인테리어가 필요한 경우)의 빈틈을 파고들어 분담의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본사의 횡포가 고스란히 가맹점주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사실. 본사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버티며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매출을 기반으로 매장을 경영해야 하는 자영업자에게 이런 변수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보공개서 확인 필수… 폐점률 따져야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보공개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보공개서에는 재무 현황과 지역별 가맹점 수, 평균 매출액, 창업비용 등이 상세히 담겨 있기 때문. 다른 프랜차이즈를 꼼꼼히 비교하는 것도 필수다. 공정위는 업체별로 평균 영업 기간, 매출액, 법 위반 횟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폐점률을 꼼꼼히 따져 오래가는 장수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물류비와 재료비 비중이 50%를 넘는 프랜차이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김상훈 창업통 소장은 “2008년 8월 가맹거래사업법이 발효됐지만 기획형 프랜차이즈 등 업계 부작용은 여전하다”며 “가맹점 개설 속도가 빠른 아이템일수록 사업성 관점에서 본다면 양질의 아이템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브랜드 선정에 대한 판단 기준을 더 예리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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